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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위한음악재단 소식

2014년 4월 29일 바이올리니스트 정호진 독주회

한국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4-04-07 02:21
조회
4982






바이올리니스트  정호진은 음악사적, 미학적 배경이 탄탄한 테마 리싸이틀을 연속적으로 공연하고 있는 음악가이다.

'샤콘느와 파사칼리아‘ '이자이를 기다린 바흐’ ‘신화와 전설’ ‘슈베르티아데’ ‘전통과 혁신’ 등 솔로 리사이틀과  실내악공연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바흐 푸가의 기법’에 이르기까지 학구적이고 진지한 음악세계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그의 바로크와 고전시기 음악해석이 시대적 연주관습에 충실함은 음악적 추를 개인적 퍼포먼스의 과시보다는 정격연주를 통한 음악유산 재현에 두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준다.


4월29일 영산아트홀에서 2014년 정호진 리사이틀이 다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전반부는 ‘이자이를 기다린 바흐’ 시리즈를 연상시키듯 바흐의 무반주 샤콘느와 윤이상의 ‘정원에서의 리나’ 중 제5곡 ‘작은새’를 대비시키고, 후반부에서는 슈베르트와 시마노프스키의 소나타를 연주한다. 음악사적으로 엄격한 형식음악과 21세기 이 시대의 음악, 또 서유럽의 정형적인 소나타와 동구 유럽의 민족음악적 소나타를 대비시켜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통해 음악형식이 변이해 나가는 유기성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첫 곡으로 연주되는 윤이상의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5개의 소품 ‘정원에서의 리나’ 중 마지막 곡 ‘작은새’는 조국에 돌아올 수 없던 말년의 작곡가 윤이상의 회한이 담겨있는 곡으로 알려져 있고 손녀가 정원에서 자유로이 뛰어 노는 모습을 소재로 작곡되었다고 한다. 이 곡은 1992년 독일정부가 후원했던 윤이상 75세 기념 세계투어 레퍼토리 중 한 곡으로 투어는 일본에까지 도달하여 연주 되었으나 당시 정치적인 결정으로 그가 열망했던 조국에서는 공연을 거부당했던 아픈 기록이 있다. 이어지는 바흐의 파르티타 2번 중 샤콘느는 그 단일 악장으로만도 거의 15분이 연주되는 대곡이고 쾨텐의 궁정악장시절인 1720년경 작곡되었다. 같은 해 아내 마리아를 잃었던 바흐가 그 깊고 지속적으로 내재된 비통함을 이 샤콘느에 담았다고도 전해진다. 그러나 반복되는 순환 베이스 위의 선율적 변주를 의미하는 음악형식의 개념인 샤콘느를 감성과다적 Singing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엄격한 형식을 바탕으로 하는 Talking으로 이해하는 정격연주적 해석을 이번 공연에서 보여 줄 것이다.



후반부에서는 시마노프스키와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가 연주된다.

정호진의 공연 ‘신화와 전설’에서 주요 레퍼토리로 연주되었던 ‘신화’를 작곡한 카롤 시마노프스키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폴란드에서 음악교육을 받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스크리아빈의 음열적 영향 및 드뷔시와 라벨로 대표되는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았으나 프레데릭 쇼팽과 폴란드 민요는 그의 음악 전반에 흐르는 정신적인 기반이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되는 소나타 9번은 폴란드 민족음악가이며 동시대의 음악적 아이디어들을 흡수 재창조한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어지는 공연의 마무리는 1816년 작곡된 슈베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이다. 1악장 Allegro giusto g단조, 2악장 Andante E flat 장조, 3악장 Menuetto B flat장조`– Trio E flat 장조, 4악장 Allegro moderato g단조 론도형식에 이어 발전된 긴 경과구 그리고 짧은 코다로 마무리되는 전형적인 19세기 소나타 형식의 곡이다.






2014’ 정호진 리사이틀은 큰 틀에서 본다면 전반부는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무반주 곡들, 후반부에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21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윤이상과 17세기 바로크를 대표하는 바흐의 음악, 그 음악사적 양극에 위치한 곡들의 적절한 연주관습을 보여줄 것이다. 또 후반부에서는 20세기 동구유럽의 민족음악적 소나타와 비인 고전파의 전통을 온전히 이어받은 슈베르트의 소나타를 비교하게 해 주는 귀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모든 공연에 이론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의 옥석이 가려지기를 바램으로 공연이 우리에게 주려하는 메세지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무위하지는 않다.


이는 이제까지 책임있는 공연으로 한국음악계에 진지한 화두를 던져 온 바이올리니스트 정호진의 공연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인터클래식 대표 송호철